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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생중계로 수익 내는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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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생중계로 수익 내는 플랫폼


지난 5월 부산의 법원 근처에서 50대 유튜버가 다른 유튜버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피해자가 지르는 비명과 피습 과정이 피해자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그대로 생중계됐다. 두 사람은 이전부터 각자의 유튜브 채널에서 서로 비방하며 다투던 사이였고, 피해자는 이날 상대의 공격을 예상했다. 이런 상황은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 생중계됐지만, 아무런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사건 발생 직후 벌어진 일은 플랫폼의 무책임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유튜브 측에 영상 삭제를 요청했지만,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이 영상을 내린 것은 10시간 후였다. 피해자 채널 구독자는 5000명도 안 됐지만, 살해 장면이 담긴 동영상 조회 수는 35만회까지 올라갔다. 

조회 수가 곧 수익인 플랫폼에서 극단적 수준으로 자극적인 콘텐츠들이 양산되고 있다. 특히 플랫폼의 라이브(생중계) 방송은 광고 대신 ‘수퍼챗’이나 ‘별풍선’ 같은 후원금으로 수익이 발생한다. 이 수익은 제작자 70%, 플랫폼 30%로 나눈다. 범죄가 적발돼 처벌을 받으면 수익을 몰수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더 많다. 더 많은 시청자를 끌어모아 더 많은 후원을 받기 위해 더 자극적인 콘텐츠를 올리는 악순환이 플랫폼에서 벌어지는 것이다. 노출이나 음란 콘텐츠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면서 수위가 점점 높아지자 아예 10대를 출연시킨 성적 콘텐츠까지 등장했다.

규제 기관이나 플랫폼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생중계 방식을 택하는 제작자들이 늘어나면서 극단적 콘텐츠를 잡아내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 플랫폼은 생중계 콘텐츠가 실시간으로 이뤄진다는 이유로 여기에 책임을 질 수 없다는 입장이다.

더 큰 문제는 플랫폼의 유해·불법 콘텐츠가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무방비로 노출된다는 것이다.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등은 성인 인증이나 연령 확인 절차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미성년자도 성인과 같은 수준으로 폭력적·선정적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

지난 3월 한 인터넷게임 방송 BJ는 ‘평소 비방전을 벌이던 다른 BJ와 만나 싸우면 1500만원을 후원하겠다’는 말에 실제로 치고받고 싸웠다. 상대를 구석에 몰아넣고 발로 차거나 머리를 때리는 모습이 담긴 영상의 조회 수는 13만회. 영상 설명란에는 후원을 할 수 있는 링크가 붙어 있었다.

실시간 방송에선 제작자가 극단적인 행위를 하면 할수록 시청자가 늘어나고 수익이 많아진다. 시청자가 고액의 후원금을 걸고 폭행이나 성적 행위 등 수위가 높은 행동을 요구하기도 한다. 플랫폼은 실시간 방송은 감시가 어렵다며 이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플랫폼 입장에선 책임을 회피하면서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바로 실시간 방송인 셈이다.

◇ 책임은 피하면서 돈 버는 ‘생방’

지난해 8월 태국 유흥주점에서 현지 여성들과 성행위를 연상케 하는 행위를 하면서 유튜브에서 실시간으로 방송한 20대 유튜버가 경찰에 구속됐다. 그의 유튜브 채널 주제는 동남아 여행이었지만 대부분의 콘텐츠는 동남아의 유흥업소를 소개하는 것이었다. 실시간 방송 한 달 동안 벌어들인 돈은 1000만여 원. 그는 중계가 끝난 뒤, 다시 보기 링크를 삭제해 흔적을 모두 지웠다. 현지 뉴스가 그의 행태를 지적하고 비난 여론이 높아지면서 한국 경찰에 잡혔다.

이 유튜버는 뉴스 보도에 등장하는 바람에 구속이 됐지만 동남아의 유흥업소 방문 콘텐츠는 유튜브·페이스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성적 콘텐츠끼리 수위 경쟁을 벌이면서 영화 속 노출 장면만 모아놓은 콘텐츠부터 성매매·유흥업소 종사자가 출연해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하는 콘텐츠, 성행위를 연상케 하는 콘텐츠까지 극단적 수위로 치닫고 있다. 최수진 의원실이 최근 방심위로부터 받은 유튜브 시정 요구 현황 자료를 보면, 음란·성매매와 디지털 성범죄 관련 시정 요구는 지난 4년간 236건이었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171건이었다.

플랫폼에서 폭력 콘텐츠는 급증하고 있다. 한 50대 유튜버는 지난 2월 인천의 한 술집에서 주먹과 의자 등으로 40대 남성의 머리와 얼굴 부위를 가격하고 내리치는 등 폭행을 했다. 이 유튜버는 폭행 장면을 촬영하면서 자신의 채널에서 생중계했다. 지난 1일 인천지법은 유튜버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하면서 “피고인이 동영상 촬영을 하면서 피해자를 폭행하고 이를 유튜브 방송에 사용하는 등 그 죄질이 좋지 않다”며 “이후에도 계속 방송을 통해 피해자를 조롱하는 등 피해자에 대해 2차 피해를 가하고 있다”고 했다.

◇10대들까지 동원

실시간 방송에 극단적인 콘텐츠가 많은 이유에는 내용이 자극적일수록 즉각 보상이 이뤄지는 후원 시스템이 한몫한다. 예를 들어 유튜브에서는 ‘수퍼챗’이란 실시간 후원 시스템을 통해 시청자가 1000원부터 50만원까지 유튜버에게 돈을 보낼 수 있다. 일부 유튜버는 플랫폼과 나눠 갖는 수수료를 내지 않기 위해 개인 후원 계좌를 화면에 띄워 놓고 방송을 하기도 한다.

더 많은 자극을 주고 관심을 받기 위해 10대들을 성적 수위가 높은 콘텐츠에 출연시키기도 한다. 한 채널에선 여성들이 속옷만 입은 채 등장하고, 교복을 입은 10대 남성들이 이들을 대상으로 몸매를 품평하거나 스킨십을 하게 하는 콘텐츠를 올리고 있다. 이를 ‘10대 대상’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이 채널의 누적 조회 수는 10억회에 육박한다.

문제는 성인 인증 제도가 없는 해외 플랫폼에서 미성년자들이 유해 콘텐츠를 그대로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5세 청소년이 유튜브나 페이스북에 가입하면서 35세라고 기록해도 이를 확인하는 절차는 전혀 없다. 중학교 교사인 이수진(42)씨는 “아이들 대부분 콘텐츠 시청에 제한을 받지 않기 위해 실제 나이를 쓰지 않는다”고 했다. 무차별 폭행 영상도, 유흥업소 방문 영상도 아이들이 다 볼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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