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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대병원에 차트 있는데 한림대로…” 환자 헛걸음 속출

영남학파 0 18 0 0

[르포] “강원대병원에 차트 있는데 한림대로…” 환자 헛걸음 속출

강원대병원이 성인 야간응급 진료 중단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응급 환자들의 헛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일 오후 9시 한림대춘천성심병원. 이 시각 응급실에서는 10명의 환자가 치료를 받고 있었다. 보호자 대기실에서 확인할 수 있는 응급실 상황판에는 응급실 혼잡도가 ‘양호’에 가까웠다.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춘천성심병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7명, 내과의 3명 등 12명이 번갈아가며 당직을 서고 있다. 응급실 입원 일반병상은 22개다.

이날 밤 호흡곤란 증세로 119구급대에 의해 화천에서 이송된 장 모(87)씨는 병원 도착 15분여 뒤 진료를 볼 수 있었다. 장씨는 지난 2월 폐에 물이 차는 증세로 강원대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이력이 있다. 강원대병원에서 정기 외래 검진도 받아왔다. 아들은 “119가 병원 이곳저곳에 전화해 본 뒤, 한림대로 왔다”며 “강원대병원에 차트가 다 있는데 환자 입장에서 너무 불편하다”고 했다.

“병상이 없다”, “의사가 없다”는 답을 듣고 발걸음을 돌려야 하는 환자도 여럿이었다. 응급처치를 해도 배후 진료가 어려워 병원에서는 환자를 받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날 정신과 질환을 앓는 환자 김 모(30)씨의 부모는 김씨와 자정이 넘는 시각, 병원 입구에서 찬 바람을 맞으며 서있었다. 맨발인 김씨가 구급차가 오가는 병원 콘크리트 바닥에 쭈그려 앉은 지 두시간 째였다. 내과 전문의는 보호자에 “병상이 없다. A병원에 조치해서 보내주겠다”고 했지만, 보호자는 기자에게 “거기도 입원이 어렵다는 것을 안다”고 고개를 떨궜다.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 등에 따르면, 이 시각 춘천과 원주, 강릉을 통틀어 정신과적 응급 치료가 가능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8일 자정 20분쯤, 자궁 내 생긴 혹으로 통증을 호소한 중년 여성 B씨도 “산부인과 의사가 없다”는 말을 듣고 서둘러 병원 문을 나섰다. A병원에서 진통제 두 대를 맞은 B씨는 자궁 씨티(CT) 영상이 담긴 씨디를 쥐고 춘천성심병원을 찾았지만, 치료를 거부 당했다. 이 시각 춘천 내에 산부인과 진료가 가능한 병원은 없었다. 강원대병원은 기존대로라면 산부인과 응급 진료가 가능하지만, 지난 2일부터 성인 야간 진료를 중단했다. B씨는 ‘강원대병원은 성인진료가 안 된다’는 기자의 말에도 불구하고 “혹시 모르니 가보려한다”며 “통증이 너무 심하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강원대병원 응급의료센터가 성인 야간 진료를 중단한지 일주일이 됐지만, 이를 모른 채 헛걸음을 하는 응급환자도 부지기수였다. 야외 작업을 한 뒤 토혈 증세로 7일 밤 강원대병원을 찾은 안 모(26)씨는 진료 불가 답변을 듣고 되돌아가야했다.

의정갈등 이후 2차병원인 춘천 인성병원이 야간 진료를 통해 춘천, 인제 등 경증 환자 수요를 분담하고 있지만, 중증을 다루기에는 역부족이다.

8일 야간 진료를 맡은 조석주 인성병원 진료부원장(외과 전문의)은 “119구급차가 많게는 하루 40대까지 온다”며 “소아 환자, 숨이 찬 환자, 의식이 없는 환자 등 못보는 환자는 받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최근 뇌출혈 환자, 복막염 환자가 병원에 왔는데 우리 병원을 포함해 춘천, 원주권 응급의료센터 모두 치료가 불가능했다”며 “용인세브란스병원, 고대안암병원으로 전원을 시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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